들어가며
중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들을 26년간 홀로 키우다 간암 말기로 별세한 전경철 작가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홀로 남겨질 아들 제원 씨의 거처를 걱정했다.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동화 속 인물에 비유해 아들을 피터팬이라 부르던 그는 세상에 남겨진 장애인가족의 현실을 우리에게 깊은 울림으로 남겼다.
두 살 발달연령의 아들을 돌본 26년의 세월
전경철 작가는 이혼 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 제원 씨를 홀로 양육했다.
아들 제원 씨는 신체적으로는 성인이 되었으나 정신 연령은 두 살 정도에 머물러 있는 상태였다.
고인은 네버랜드에서 영원히 나이 먹지 않는 피터팬처럼 아들이 순수함을 간직하기를 바라며 스스로를 피터팬 아빠라 칭했다.
시한부 판정 후 마주한 거주시설의 높은 벽
작년 4월 간암 말기 진단과 함께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고인이 가장 먼저 두려워한 것은 자신의 죽음이 아닌 아들의 홀로 남겨진 삶이었다.
그는 자신이 떠난 뒤 아들이 지낼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전국에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 1000여 곳의 문을 두드렸으나 수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최중증 자폐 성인 남성을 온전히 받아줄 시설을 찾기 힘든 현실 속에서 그는 사연을 인터넷에 연재하고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세상의 따뜻한 연대와 마지막 남긴 숙명
절절한 사연이 방송과 에세이집 안녕 피터팬을 통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과 응원이 이어졌고 충북 제천의 거주시설을 찾게 되었다.
고인은 생의 마지막에 발달장애인들이 24시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피터팬의 네버랜드 설립을 추진하며 뜻을 다졌다.
지난 5일 향년 63세를 일기로 별세한 그의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빈소 없이 차분하게 치러졌다.
피터팬 아빠 전경철 씨의 삶은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가족의 생존과 자립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
고인이 염원했던 따뜻한 연대의 손길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